망하는 브랜드에는 없는 4가지
우리는, 브랜드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일할 때도, 요리할 때도, 양치 할 때도, 운동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조차…
하루의 시작부터 우리는 이미 수십 개의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쓰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브랜드들은 왜, 당신의 선택을 받았을까요? 왜 수많은 선택지 중 그 제품을 선택하셨나요?
브랜드의 4가지 다리
여기 단단해 보이는 책상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부터 이 책상을 브랜드 라고 비유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단한 책상은 많은 것을 올려 둘 수 있습니다. 그 위에는 고객의 신뢰, 취향, 관심, 그리고 돈까지 올려져 있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 책상이라고 해도 책상을 지지하고 있는 다리가 부실하면 제대로 서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아예 하나 빼버린 다면 그 책상은 어떻게 될까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태가 될 것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브랜드를 탄탄하게 지지해주는 핵심적인 '다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성공하고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일수록 다리가 튼튼합니다.
진정성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다리
브랜드의 네 개의 다리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떤 브랜드이든, 가장 먼저 세워져야 하는 다리는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이라는 다리가 끼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다리들을 끼워 넣을 구멍조차 열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정성은 바로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에서 브랜드를 구축하는 작업은 크게 ‘문자 언어’를 구축하는 작업과 ‘시각 언어’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중에서도 문자언어의 정의에 핵심적인 원천 소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전(Vision): 우리가 나아가려는 궁극적인 방향
미션(Mission):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가
핵심 가치(Core Values): 우리는 어떤 태도와 원칙으로 움직이는가
브랜드 메시지 / 철학: 고객에게 무엇을 약속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브랜드의 진정성이라는 뿌리에서 자라납니다. 그리고 창업자의 배경, 브랜드 탄생 계기, 내부와 외부 메시지의 일치 여부를 통해 '진정성'은 강화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진정성’은 진실성을 의미하거나, 착하거나 선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건 "메시지와 행동이 일치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브랜드의 가치와 행동이 실제로 일치하고, 그것이 고객에게 일관되게 전달되는 것 그게 바로 진정성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우리는 싸니까 사세요”를 외친다면, 혹은 “우린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그 자체가 ‘진정성’의 기준에서 나쁘거나 좋은 건 아닙니다. 진짜로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전달된다면,
그게 진정성 있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죠.
두 번째 다리, 고유함
고유함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또렷하게 구별 짓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브랜딩에서 다루는 '시각 언어'를 구축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유함은 컨셉, 슬로건, 제품 디자인, 사용자 경험, 톤앤매너 등 브랜드가 고객과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드러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Brand”라는 단어의 어원은 burned 즉 ‘불로 지진 자국’, ‘낙인’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축에 불도장을 찍어 다른 것과 구별짓기 위해 만든 말이죠.
그렇기에 '브랜드'란 본질적으로 구별의 언어이자 장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브랜딩은 결국 고유함을 찾는 작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건 결국, 남들과 다른 점을 찾는 과정이니까요.
단, 고유함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고유함은 ‘세상에 없던 완전히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있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하거나, 익숙한 것에 내 시선을 담아 다시 정의하는 것도 충분히 고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브랜드의 목표가 어떠한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지 세상에 없던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정리하자면 고유함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브랜딩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고객들로 부터 선택을 받게 만들고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지나치게 고유함만 추구하다 보면 시장과의 멀고먼 거리가 생겨 괴짜가 되어 오히려 외면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다음의 세 번째 다리입니다.
세 번째 다리, 시의성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타이밍 싸움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도, ‘지금’의 맥락과 맞지 않으면 소비자 눈에 띄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평범한 아이디어라도 타이밍이 맞으면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보신 적 있으실겁니다.
그러니까 시의성은 브랜드의 엔진이리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게 만들고, 도달하게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진정성과 고유함이 뚜렷한 브랜드가 있었다 하더라도, 트렌드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시장의 변화 타이밍을 놓치면
빛도 못 보고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흔히 보는 ‘트렌드 불나방’들도 있습니다. 불과 1~2년 전 전국에 우후죽순 생겼던 탕후루 브랜드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엄청난 시의성을 탔지만, 그 안엔 ‘왜 이걸 만드는가?’라는 진정성도, ‘왜 너여야 하는가?’라는 고유함도 없었기에 결국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의성은 폭발력을 가진 추진체지만 기초 설계 없이 추진체만 달면, 방향 제어 없이 날아올랐다가 곧 추락하는 셈이죠.
다시 말하면 시의성은 브랜드를 추진 시켜줄 엔진이자, 브랜드를 삼켜버리는 불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이 시의성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시의성을 읽기 위해선 늘 귀를 열고, 변화에 촉수를 세우고, ‘지금 이 순간의 사회적 무드’를 감각적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의성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물고 있으면 안되는 것이죠.
단단한 마지막 다리, 꾸준함
진정성, 고유함, 시의성.
이 세 가지는 어떤 면에서 분석적이고, 전략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꾸준함”은 조금 다릅니다. 아니 어쩌면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결과가 없어도 계속하는 것.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에 내어놓는 것.
지금은 미미하지만 언젠가를 바라보며 계속하는 것.
저는 ‘꾸준함’을 브랜드의 영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15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네 김밥집 사장님.
구독자가 200명밖에 안 돼도, 편집은 어설프지만 매주 영상을 올리는 이름 없는 유튜버.
세련된 디자인도,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지만 촌스러운 비누 하나를 만들면서도 정직하게 운영하는 사장님.
이들이 가진 브랜드의 다리는 ‘꾸준함’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단 하나의 다리가 어설픈 네 개의 다리보다 더 단단하게 그 브랜드를 지지하기도 합니다. 꾸준함이란 끈기이자 신념이고, 자기만의 의식을 이어가는 의지입니다. 성공은 우연일 수 있어도, 꾸준함은 선택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꾸준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브랜드라는 책상에 다리가 빠졌다면?
우리가 말한 네 개의 다리
진정성, 고유함, 시의성, 꾸준함.
이 네 가지가 모두 갖춰진 브랜드는 마치 네 다리가 균형 있게 받쳐주는 이상적인 책상과 같습니다.
그런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시장의 파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봅시다. 브랜드는 항상 이상적인 조건에서만 존재하지 않죠.
실제로 우리가 쓰는 수많은 브랜드 중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 남의 것을 베껴 만든 카피캣 브랜드, 트렌드에 뒤처진 브랜드,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이어가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브랜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심지어 잘 팔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지금 들고 있는 물건 하나를 집어 보세요.
그 브랜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앞서 말한 네 가지의 다리가 모두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브랜드를 찾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진정성이 어딨지?"
"독창성은 없잖아?"
"이건 남 따라 한 제품인데?"
맞습니다. 브랜드라는 책상은 다리가 하나, 둘 빠져 있어도 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무게 중심만 잘 맞춘다면, 단 하나의 다리로도 설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변수'입니다. 누군가 기대거나,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고객의 관심이 바뀌거나, 갑자기 시대의 흐름이 틀어지면
그 브랜드는 균형을 잃고 쉽게 흔들립니다. 지탱해주던 유일한 다리가 부러지면, 그땐 정말 일어설 수 없을테니까요.
digA는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삼고 브랜딩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분석합니다.
단순히 ‘잘 나가는 브랜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생겼고, 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왜 지금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가’를 파헤칩니다.
브랜드 디거 dig A가 열심히 디깅한 내용과 관점을 재미있는 글과 콘텐츠에 담아 또 찾아 오겠습니다.
보이는 것 아래, 더 큰 세상이 있으니까요.